신춘문예

2024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주선화 2024. 1. 2. 09:13

젠가

 

홍다미

 

 

우리는 즐거움을 쌓기 시작했죠

 

딱딱한 어깨를 내어주며 무너지지 않게 한 계단 한 계단 다짐을

쌓았죠 대나무가 마디를 쌓듯  빌딩이 올라가고 집값이 올라도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를

 

오지 않는 내일을 오늘처럼 지금처럼

 

바람 무게를 견디려면 마스크

쓴 계절도 빙하 녹는 북극도 쌓아야 하는데

 

밤하늘의 별빛을 빼내고 있었죠

 

쌓기만 하는 뉴스는 

싫증나고요

거꾸로 가는 놀이를 해볼까요

 

쌓아놓은 블록을 하나씩 빼내는 놀이

 

장남감을 빼버리면 아이는 자라서 부모 눈물을 쏙 빼버리고

최저임금을 빼내면 알바는 끼니를 빼먹죠 잠을 빼내면 택배

기사는 안전이란 블록을 빼내고 말테죠

 

언젠가 도심 백화점도 한강 다리도 이 놀이를 즐기다 쏟아졌고

 

모닝 키스도 굿나잇 인사도 기념일도 블록으로 빼내면 연애도

와장창 무너지겠죠

 

한순간 한 방이면 끝나는 게임

손끝의 감각을 믿기로 해요

 

쌓아 올린 우리가 와르르 무너질까 봐

우린 서로의 빈틈을 살짝 비껴가는 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