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북풍을 타고 날아다녔다 (2022년 시인수첩 신인상 당선작 )
-김은닢
소녀가 파랗게 질렸다 거인이 소녀의 목
소리를 삼켰다 풀어헤친 머리칼이 작은
얼굴을 휘감는다 훌쩍이는 말들 검은 씨
앗으로 심장에 박혔다
밤마다 소녀는 북풍을 타고 날아다녔다
귀에 태엽을 감고 살바람과 들판을 달렸
다 오르골처럼 바람은 소리를 남기고 떠
났다
넝쿨 숲을 열면 어떤 악몽이 튀어나올까
거인이 소녀의 발꿈치를 깎아서 신발을
신겼다 다정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내가
네 엄마란다, 무덤가 개암나무가 아무도
모르게 붉은 꽃을 피웠다
소녀의 옆구리에 이파리가 돋는다 발바닥
에 잔뿌리가 내린다 종아리와 팔뚝이 터지
고 갈라지며 두터운 껍질로 뒤덮었다 가는
우듬지 열어 소녀가 개암나무를 불렀다
내 목소리가 잎 속에서 자라고 있어
손을 뻗으면 공중에서 일렁이는 귀들, 푸드
득 새들이 나무에게로 쏟아진다 나무의 방에
불이 켜지면 나이테에 감긴 음악이 흘러나올
거야 나무는 소리를 찾는 여행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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