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를 위한 시퀸스 / 김나영

주선화 2024. 1. 21. 11:23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를 위한 시퀸스

 

-김나영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피어싱도 아닌 문장이 내 혀끝에 달라붙어 있지만

나는 곧 아무렇지가 않다 아무렇지가 않다 혀끝에 도돌도돌 맴도는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주술처럼 반복되는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내 혀가 되어가는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최근 나는 산을 오르다가 길을 잃어버리는 꿈을 꿨을 뿐이다 여행 가방을 잃어버리는 꿈을

연거푸 꿨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아무렇지 않게 된다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라는 문장이

내 우울을 잡아먹고 공포를 잡아먹고 나는 곧 아무렇지가 않아진다 나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

고 하루하루가 아무렇지가 않아진다 꿈은 꿈이야 꿈쯤이야 이를 꽉 물면 너끈하게 잊어버릴 수

있다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나를 통째로 집어삼켜 버릴 것만 같은 나는 아무렇지가 않다 나는 아

무렇지가 않다

 

 

*시퀸스 뜻 : 연속적인 사건들 혹은 사건이나 행동 등의 순서이며 연속성을 가진 몇 개의 장면이

                    모여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