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회귀적 기울기 / 김휼

주선화 2024. 6. 11. 11:21

회귀적 기울기

 

-김휼

 

 

그립다는 말을 뭉뚱거리면 서쪽이 됩니다

어쩌자고 부끄럼만 주는 노을을 동경하였을까요

사랑과 구원은 정말 별개일까요

한때는 누군가의 꿈이었을

고하도* 빈집 낡은 의자에 앉아

부풀다 꺼지는 것들의 미화된 세계를 생각합니다

줄이 끊겨 울리지 않은 전화벨 소리

아침저녁 바다를 들여놓던 창틀은 기울어져 있습니다

공空을 향해 걸어갔을 무거운 발과 텅 빈 손

흔들리는 그림자 뒤로

고요는 꽃잎처럼 그렇게 내려앉았겠죠

그 어떤 악착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이 예각을

회귀적 기울기라 말하고 싶습니다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해 

필사적으로 기운 외벽을 붙잡고 있는 달팽이

뒤엉킨 채 뻗어 나간 줄기만큼이나

지리멸렬한 미로를 우리는 세상이라 부릅니다

 

 

*전라남도 목포시 유달동에 있는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