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적 기울기
-김휼
그립다는 말을 뭉뚱거리면 서쪽이 됩니다
어쩌자고 부끄럼만 주는 노을을 동경하였을까요
사랑과 구원은 정말 별개일까요
한때는 누군가의 꿈이었을
고하도* 빈집 낡은 의자에 앉아
부풀다 꺼지는 것들의 미화된 세계를 생각합니다
줄이 끊겨 울리지 않은 전화벨 소리
아침저녁 바다를 들여놓던 창틀은 기울어져 있습니다
공空을 향해 걸어갔을 무거운 발과 텅 빈 손
흔들리는 그림자 뒤로
고요는 꽃잎처럼 그렇게 내려앉았겠죠
그 어떤 악착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이 예각을
회귀적 기울기라 말하고 싶습니다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해
필사적으로 기운 외벽을 붙잡고 있는 달팽이
뒤엉킨 채 뻗어 나간 줄기만큼이나
지리멸렬한 미로를 우리는 세상이라 부릅니다
*전라남도 목포시 유달동에 있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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