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벌 / 최석균

주선화 2024. 8. 16. 07:23

 

- 최석균

 

 

벌을 만났다 길바닥

파닥파닥 날아오르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꽃밭을 경작하고 있어야 할 입과 다리가

봅맞이 길목에서

습격을 당한 듯 뒤집히고 있다

 

동반 추락의 환영에 붙들려 정신 줄을 놓고 서 있으니

환청이 날아든다 잉잉

 

벌집을 쑤시듯 하늘과 땅을 들쑤시는 말이 난무하고

식량난을 예견하는 입이 분분하다

 

떨어진 운석보다 충격적일 수 있다는

뜨거운 말 한 개를 주워 안주머니에 넣었지만

얼어붙은 발바닥은 떨어지지 않고

 

못 살겠다 봉기하면서

따끔하게 한번 쏘아붙여 볼 일이지

괜한 핑곗거리를 띄우며 두 손 모으지만

돌아갈 길이 안 보인다

 

벌 서는 몸으로 서서

난데없는 추락에 방향을 잃고

파닥대는 길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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