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 최석균
벌을 만났다 길바닥
파닥파닥 날아오르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꽃밭을 경작하고 있어야 할 입과 다리가
봅맞이 길목에서
습격을 당한 듯 뒤집히고 있다
동반 추락의 환영에 붙들려 정신 줄을 놓고 서 있으니
환청이 날아든다 잉잉
벌집을 쑤시듯 하늘과 땅을 들쑤시는 말이 난무하고
식량난을 예견하는 입이 분분하다
떨어진 운석보다 충격적일 수 있다는
뜨거운 말 한 개를 주워 안주머니에 넣었지만
얼어붙은 발바닥은 떨어지지 않고
못 살겠다 봉기하면서
따끔하게 한번 쏘아붙여 볼 일이지
괜한 핑곗거리를 띄우며 두 손 모으지만
돌아갈 길이 안 보인다
벌 서는 몸으로 서서
난데없는 추락에 방향을 잃고
파닥대는 길바닥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말 / 서진배 (1) | 2024.08.26 |
---|---|
시대의 자화상 / 장진숙 (0) | 2024.08.22 |
근처 새 - 곤줄박이 / 유종인 (0) | 2024.08.14 |
여름의 예감 / 조용미 (0) | 2024.08.13 |
쥐 / 김광림 (1) | 2024.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