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양말 / 서진배

주선화 2024. 8. 26. 22:02

양말

 

-서진배

 

 

거 봐라 네가 가진 자루가 작더라도 왼쪽 오른쪽 

나누어 담으면 너를 다 담을 수 있잖니,

 

너를 붙잡을 곳 마땅치 않아 들고 걸어가기 어려

울 때는 너를 자루에 담아 들고 걸아가면 한결 편할 거야

 

방으로 드는 식당에서 너를 구멍 난 자루에 담아

왔다는 걸 발견하는 순간 너는

 

그 구멍으로 줄줄 새는 너를 들키고 싶지 않아 발을

숨겨야 할 거야

 

자루를 아무리 당겨 올려도 자루는 내 무릎도 담지

못할 뿐인데요

 

네 발만 담아도 너를 자루에 담는 거란다

 

황금색 계급장을 찬 어깨 앞에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는 것만으로도 떨고 있는 너를 감출 수 있거든,

 

쓰레기봉투에 너를 조금이라도 더 담으려 발을 넣고

밟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야

 

유리 거울처럼 깨진 너의 얼굴 조각들이 그 안에

담겨 있는 줄도 모르고,

 

그러니,

 

너를

나누어 담아라

 

눈몰도 왼쪽 눈 오른쪽 눈 나누어 담으면 넘치지

않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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