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 이삼현
어금니 하나가 시큰거려 치과에 갔더니
금이 갔단다
신경치료 후 크라운 시술을 받았는데
금속을 씌운 이빨이 한동안 어색하기만 했다
넌, 누구냐며
말 많은 혀가 자꾸 확인하려 드는 것이다
다른 이빨들도 짝이 맞지 않다고 딱딱거렸다
어느 날 갑자기
생뚱맞은 녀석이 찾아와 들이박혔으니
한동안 웅성거릴 수 밖에
키가 약간 큰 것도 같고
계절에 맞지 않게 두툼한 옷을 껴입은 것만 같아
제대로 버틸 수 있으려나
걱정 반 근심 반으로 한 며칠 지켜보는데 기특한 것이
앞니 송곳니 어금니 할 것 없이
단단히 박혀 도저히 옮겨 갈 수 없을 것 같은 이빨들이
조금씩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이다
쓴맛 단맛 가리지 않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며
슬금슬금 옆 걸음질 치자 맘 편히 한 식구가 되었다
틈을 벌려 내준 자리에
뿌리를 뻗고
사철 푸르른 기암절벽 위 소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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