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치*
-길상호
겹겹 안개에게 기도하는 동네가 있다네
돌을 넘겨 가재를 읽고 바닥을 읽고
물을 다 읽고 나면 여길 떠나야지
고립을 기르다가 고립이 제 덩치보다 커지면
훌쩍 산길이 혼자 뜀박질도 하는 동네가 있다네
목이 쉬어 저녁은 오고
밤하늘 갈아 씨 뿌리는 하나님이 있다네
다래 순으로 음악을 짓던 곳
기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여 회의를 하는 곳
안건은 풀이 되기도 하고 물이 되기도 하고
문 닫은 분교 운동장만 철봉을 하네
비가 이장을 맡은 동네 있다네
이곳저곳 비느라 사람들 등은 굽고
하나님도 주름을 보이며 눈부시게 웃는
주소도 아득한 동네
한번 들어간 시내버스는 보이질 않네
*강원도 홍천군 내면 살둔마을에 위치함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화 / 고성만 (0) | 2025.03.17 |
---|---|
메밀꽃밭 / 박성우 (0) | 2025.03.14 |
우수 무렵 (외 1편) / 성명진 (0) | 2025.03.07 |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 이승희 (0) | 2025.03.06 |
봄의 제전(祭典) / 송찬호 (0) | 2025.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