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밤바치* / 길상호

주선화 2025. 3. 11. 12:21

밤바치*

 

-길상호

 

 

겹겹 안개에게 기도하는 동네가 있다네

 

돌을 넘겨 가재를 읽고 바닥을 읽고

물을 다 읽고 나면 여길 떠나야지

 

고립을 기르다가 고립이 제 덩치보다 커지면 

훌쩍 산길이 혼자 뜀박질도 하는 동네가 있다네

 

목이 쉬어 저녁은 오고

밤하늘 갈아 씨 뿌리는 하나님이 있다네

 

다래 순으로 음악을 짓던 곳

기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여 회의를 하는 곳

 

안건은 풀이 되기도 하고 물이 되기도 하고

문 닫은 분교 운동장만 철봉을 하네

 

비가 이장을 맡은 동네 있다네

이곳저곳 비느라 사람들 등은 굽고

 

하나님도 주름을 보이며 눈부시게 웃는

주소도 아득한 동네

 

한번 들어간 시내버스는 보이질 않네

 

 

*강원도 홍천군 내면 살둔마을에 위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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