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 황정현
3미터의 슬픔이 온다면
파랑일 거야
모래는 모래를 데리고 가지 않았어 모래를 맴도는
모래의 춤 모래 속으로 파고드는 리듬 묻힌 모래와
묶인 모래들이 밀려왔다 밀려갔지 잠시 멈출 줄도
알았지 모래로 돌아가고 있었지
파랑이 모래를
일으켜 세울 때
부서진 지붕들이 흘러 다녔지 젖은 손들은 서로
친해지고 저녁을 짓고 울음을 나눠 먹었지 서로의
잠을 돌보았지 짐승들이 모여 털을 말리고 있었지
어둠 속에 웅성거리는 담에 기대어
파랑에 빠져드는
발목들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달리는 소녀와 폭죽을 든
소년이 에이프런을 두른 남자와 캐리어를 밀고
가는 여자와 모자와 지팡이와 1톤 트럭과 아우디
와 생일 케이크와 꽃다발 퉁퉁 불어 터진 책갈피
와 뉴스페이퍼 해변으로 밀려온 혹동고래 한 마리
죽은 듯이 모여 있었어
이른 아침 반짝이는 모래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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