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꺾어온 뒷자석의 작약 / 서연우

주선화 2025. 8. 19. 10:28

꺾어온 뒷자석의 작약

 

- 서연우

 

 

  앞차의 그가 내렸어요 앞차와 뒤차와의 친밀함을 살폈어요 그사이

비는 말이 없었어요 앞차의 그가 뒤차의 운전석으로 다가왔어요 우

는 얼른 오디오를 끄고 유리문을 내렸어요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

니다 했어요 앞차의 그가 가만히 서 있는 차를 왜 박습니까 한마디

던지고 앞차를 차고 가버렸어요 우는 가만히 앞차를 따라가다 그냥

옆길로 샜어요 에구야, 병원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는 앞차를

박기 직전에 엄마를 불렀어요 엄마는 안 왔어요 그래서 부딪혔어요

살짝, 그러니까 일 센티 정도 흔들렸어요 우는 정신과에 가 봐야 할까

요 아, 오디오는 남편을 피해 달아나다 달려오는 차에 받혀 배가 터져

죽은 귀신이요 그 귀신의 배를 십 년이나 지난 한밤에 그것도 한의원

에서 꿰매주는 장면이었어요 서른여덟의 나이로 죽어 수술에 굶주린

중증외상센터 외과의사 귀신이요 거기 작년에도 교통사고로 두 명이

나 죽었거든요 우는 어딘가 조금 비처럼 보여요 비가 웃는 듯 다시 보

이지 않는 말을 해요 내 친구도 그 내리막길에서 벤츠를 폐차했다더

군요 그 앞차 나중에 뺑소니 우를 찾을 지 몰라요 그때는 햇빛에 가려

보이지 않던 귀신을 호출할지도 몰라요 작약의 앞날을 누가 알아요

 

 

* 현대시 8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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