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나무를 낳는 새 / 유하

주선화 2008. 3. 26. 17:28

나무를 낳는 새 / 유하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 키스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합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來世가 날아갑니다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적(符籍)  (0) 2008.04.01
봄이 오는 방/이정록  (0) 2008.04.01
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 / 안도현  (0) 2008.03.25
물의 안쪽 / 문태준  (0) 2008.03.24
이슬처럼 / 황선하  (0) 2008.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