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바람의 식민지

주선화 2008. 12. 23. 10:50

바람의 식민지 / 김륭

 

 

1.

그녀는 섬이고 그 섬은 왕만출씨의 영토요.

물개 번식지 같은 그녀의 잠 또한 그의 말뚝에 매인 공해상이오. 해안선을 따라 흐르는

그녀의 살과 뼈는 그의 그림자 밑에서 검은머리갈매기로 완성되오.

섬의 오랜 평화와 안전을 위해 그녀의 성대를 제거한 왕만출씨 말을 빌리면

그녀는 본인의 집사람이오.

 

2.

심심한 감사를 표하오. 아내를 집사람으로 칭송하는 수많은 여러분께.

이쯤에서 나도 정신을 차려야겠소. 시 같은 거 때려치우고 돈이나 좀 벌어야겠소.

길바닥에 나앉은 사람들에게 말 잘 듣는 강아지처럼 집사람이 옵션으로 딸린 집을 나눠준

다음 대통령이나 한번 해봐야겠소. 집이 없어 집사람을 갖지 못한 나는

영부인이나 얻어야겠소.

 

3.

손바닥만한 나라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급한 것은 집이나 땅이 아니오.

집사람이오. 집을 나가 왈왈. 본인을 개처럼 짖어대는 집사람부터 잡아야 하오. 집값이야

뛰어봤지 벼룩이요. 왕만출씨의 바람기처럼 잡힐거요. 가뜩이나 흥분한 정국이오.

나라를 살리기 위해 쌀농사까지 마다하지 않는 관리들에게 나는

노비가 딸린 감자밭과 마늘밭 또한 교지로 내릴것이오.

 

4.

존경하는 여러분들의 발밑에 머리를 조아려온 이 나라 집사람들께

무한한 영광을 표하오. 집을 나간 그녀는 더 이상 왕만출씨의 집사람이 아니오.

식민지가 아니오. 집시가 될 뻔했던 본인의 영부인이오.

그녀는 독도(獨島)고 독도는

그녀의 영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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