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 2009/01/0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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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무럭 구덩이/이우성
이곳은 내가 파 놓은 구덩이입니다
너 또 방 안에 무슨 짓이니
저녁밥을 먹다 말고 엄마가 꾸짖으러 옵니다
구덩이에 발이 걸려 넘어집니다
숟가락이 구덩이 옆에 꽂힙니다.
잘 뒤집으면 모자가 되겠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온 형이
내가 한 눈 파는 사이 구덩이를 들고 나갑니다
달리며 떨어지는 잎사귀를 구덩이에 담습니다
숟가락을 뽑아 들고 퍼 먹습니다
잘 마른 잎들이라 숟가락이 필요 없습니다
형은 벌써 싫증을 내고 구덩이를 던집니다
아버지가 설거지를 하러 옵니다
반짝반짝 구덩이
외출하기 위해 나는 부엌으로 갑니다
중력과 월요일의 외투가 걱정입니다
그릇 사이에서 구덩이를 꺼내 머리에 씁니다
나는 쏙 들어갑니다
강아지 눈에는 내가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친구에게 전화가 옵니다
학교에서 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나는 구덩이를 다시 땅에 묻습니다
저 구덩이가 빨리 자라야 새들이 집을 지을 텐데
엄마는 숟가락이 없어져서 큰일이라고 한숨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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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안 오는 줄 알았습니다. 전화를 받고 엉엉 울다, 마음 가라앉히면, 또 눈물이 났습니다. 대학 다닐 때, 스쿨버스 안에서 매일 시집을 읽었습니다. '틈'이란 시창작 모임에도 나갔습니다. 사는 게 즐거웠습니다만, 시를 너무 못 써서 서러웠습니다. |
"정말요? 흑흑… 정말인가요? 흑흑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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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응모작은 양과 질이 모두 풍성하여 선자들을 즐겁게 했다. 응모작의 경향이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최근 수년 동안 신춘문예나 문예지 응모에서는 젊은 시인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포스트모던하고 전위적인 실험시를 흉내 내는 시들이 많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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