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스 / 김종미
꽃이 지면서 다급히 돌아보는 눈 길에
눈이 내린다
바람 한 점 없이 오직 중력의 힘으로만 내리는 눈은
어느 청각 장애자의 눈에 비친 당신의 입술이다
눈이 쌓인 그 자리는
꽃을 사랑하여 몸서리치게 쓸쓸해진 꽃그늘의 무덤
바람 한 점 없는 십초가
너의 장례였으니
이 겨울 나의 슬픔은
짧고도
뜨겁고도
쓰디 쓴 블랙홀
사랑은 언제나 그랬다
'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포늪 통신 / 강경보 (0) | 2010.04.09 |
---|---|
봄 / 이대흠 (0) | 2010.03.15 |
봄은 부재 중이야 (0) | 2010.02.02 |
궁둥이 / 김륭 (1) | 2010.01.04 |
책임을 다하다 / 문인수 (0) | 2010.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