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귀
ㅡ 조용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모든 일이 다 일어난것 같다, 이렇게 하루를 요약해본다 우리에겐 은유가 절실하다 눈 밑에 검은 색이 웅크리고 있다 오늘은 가득 차서 부푼 달, 윤달 구월, 다시 겨울이 온다 시간과 공간이 슬쩍 뒤섞인다
미혹과 깨달음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여름 가을 겨울이 쉼표도 없이 의문도 없이 차례로 밀려온다 어김없이 모든 것이 반복된다 눈이 오고 또 비가 내린다 어둠이 찾아왔다 물러난다 사람을 얻었다 잃는다 풀이 시든다 꽃이
피고 진다 이 지루하고 장엄한 우주적 반복에 안심이 된다 여기엔, 불안이 없다 여기엔, 그 누구라도 몸을 숨길 만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행성에 겨울이 다시 찾아온다 당신은 어디에 있나 내가 이곳을 버리고 떠나기 전에 당신은 오지 않겠지 당신은 나를 찾아 수 세기를 떠돌겠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나였던 당신을 기다릴 테다 내 앞만 뚫어지게 바라볼 테다
은목서에 꽃이 피려면 어떤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이 모든 것이 금방 또 사라질 텐데, 당신과 나는 자꾸 만나지 못하지 은목서꽃이 피어 만나지 못하지 은목서 흰 향기가 당신 이름을 지나 머뭇머뭇 내게로 와도 우린 알지 못하지 기어코 알지 못하지 내 기다림이 언젠가 이 어둠을 돌파할 수 있을 때까지
ㅡ 조용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모든 일이 다 일어난것 같다, 이렇게 하루를 요약해본다 우리에겐 은유가 절실하다 눈 밑에 검은 색이 웅크리고 있다 오늘은 가득 차서 부푼 달, 윤달 구월, 다시 겨울이 온다 시간과 공간이 슬쩍 뒤섞인다
미혹과 깨달음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여름 가을 겨울이 쉼표도 없이 의문도 없이 차례로 밀려온다 어김없이 모든 것이 반복된다 눈이 오고 또 비가 내린다 어둠이 찾아왔다 물러난다 사람을 얻었다 잃는다 풀이 시든다 꽃이
피고 진다 이 지루하고 장엄한 우주적 반복에 안심이 된다 여기엔, 불안이 없다 여기엔, 그 누구라도 몸을 숨길 만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행성에 겨울이 다시 찾아온다 당신은 어디에 있나 내가 이곳을 버리고 떠나기 전에 당신은 오지 않겠지 당신은 나를 찾아 수 세기를 떠돌겠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나였던 당신을 기다릴 테다 내 앞만 뚫어지게 바라볼 테다
은목서에 꽃이 피려면 어떤 다른 시간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이 모든 것이 금방 또 사라질 텐데, 당신과 나는 자꾸 만나지 못하지 은목서꽃이 피어 만나지 못하지 은목서 흰 향기가 당신 이름을 지나 머뭇머뭇 내게로 와도 우린 알지 못하지 기어코 알지 못하지 내 기다림이 언젠가 이 어둠을 돌파할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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