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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이다희
주머니에서 엉켜버린 이어폰을 꺼냈어요. 엉켜버린 이어폰으로는 노래를 들을 수 없어서. 이어폰 끈을 잡고 매듭을 풀죠. 여는 괄호와 닫는 괄호 사이에 서 있었어요. 여기는 참 편하고 아늑하네요. 슬픈 노래를 들으니까 슬퍼지네요. 사람들은 슬픈 노래를 만들고 슬픈 노래를 듣고 나는 이 쳇바퀴가 마음에 들어요. 목소리가 큰 사람이 남몰래 무너질 때 우리는 그를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느끼죠. 텅 빈 상자를 보면 상자를 채우고 싶은 사람이 있고 한번 밟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채우면 채워지는 선물이 좋아요. 밟으면 구겨지는 내면이 좋아요 .나는 조금 내성적이죠. 혼자 있는 게 편해요. 세상에 있는 수많은 심리검사 종이를 쥐고 밀린 숙제를 하듯이 열심히 풀죠. 이런 거 너무 재밌어요. 종이를 반납하고 안경 너머의 눈이 조용히 종이를 읽어내려갈 때, 종이와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볼 때, 마침내 입이 열릴 때, 모든 걸 다 말해주지 않았다고 느낄 때, 종이가 다른 종이와 섞이지 않도록 섬세하게 보관될 때, 모든 순간이 사랑스럽죠. 상자의 모서리를 돌고 돌다가 다시 제자리에 도착했어요. 날아가는 노래를 귓속에 잡아두었다고 해도 그게 나비가 아니죠. 나비 고치의 가장 큰 적은 나비라고 생각해요. 나비와 노래를 바꿀 수 없었어요. 내가 조금 내성적이라서. 이어폰 밖으로 슬픈 노래가 쏟아지고 있어요.
ㅡ 이다희
주머니에서 엉켜버린 이어폰을 꺼냈어요. 엉켜버린 이어폰으로는 노래를 들을 수 없어서. 이어폰 끈을 잡고 매듭을 풀죠. 여는 괄호와 닫는 괄호 사이에 서 있었어요. 여기는 참 편하고 아늑하네요. 슬픈 노래를 들으니까 슬퍼지네요. 사람들은 슬픈 노래를 만들고 슬픈 노래를 듣고 나는 이 쳇바퀴가 마음에 들어요. 목소리가 큰 사람이 남몰래 무너질 때 우리는 그를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느끼죠. 텅 빈 상자를 보면 상자를 채우고 싶은 사람이 있고 한번 밟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채우면 채워지는 선물이 좋아요. 밟으면 구겨지는 내면이 좋아요 .나는 조금 내성적이죠. 혼자 있는 게 편해요. 세상에 있는 수많은 심리검사 종이를 쥐고 밀린 숙제를 하듯이 열심히 풀죠. 이런 거 너무 재밌어요. 종이를 반납하고 안경 너머의 눈이 조용히 종이를 읽어내려갈 때, 종이와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볼 때, 마침내 입이 열릴 때, 모든 걸 다 말해주지 않았다고 느낄 때, 종이가 다른 종이와 섞이지 않도록 섬세하게 보관될 때, 모든 순간이 사랑스럽죠. 상자의 모서리를 돌고 돌다가 다시 제자리에 도착했어요. 날아가는 노래를 귓속에 잡아두었다고 해도 그게 나비가 아니죠. 나비 고치의 가장 큰 적은 나비라고 생각해요. 나비와 노래를 바꿀 수 없었어요. 내가 조금 내성적이라서. 이어폰 밖으로 슬픈 노래가 쏟아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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