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ㅡ 이서린
먼 산이 스윽
한 걸음 다가오고
산머리는
자줏빛으로 바뀌어 가고
거뭇해지는 초록의 표지판 곁
늙은 팽나무
바람을 거두고
고립된 짐승마냥 우두커니
두 눈은 하늘과
땅 사이를 서성이고
어쩌면 무슨 일 있는지 몰라
버스는 아무래도
오지를 않고
죽은 새 보았던
한낮의 기억이
낯선 마을 저녁에
어둑어둑 잠기고
궤도를 이탈한 별처럼
하염없이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만 끝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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