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그때 나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 이서린

주선화 2020. 12. 9. 16:20

그때 나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ㅡ 이서린

 

 

먼 산이 스윽

한 걸음 다가오고

산머리는

자줏빛으로 바뀌어 가고

거뭇해지는 초록의 표지판 곁

늙은 팽나무

바람을 거두고

고립된 짐승마냥 우두커니

두 눈은 하늘과

땅 사이를 서성이고

어쩌면 무슨 일 있는지 몰라

버스는 아무래도

오지를 않고

죽은 새 보았던

한낮의 기억이

낯선 마을 저녁에

어둑어둑 잠기고

궤도를 이탈한 별처럼

하염없이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만 끝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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