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우산
ㅡ 백윤석
후드득 빗소리에 대합실이 다 젖는다
쉼없이 비를 털며 들락대는 사람들 속
척추 휜 우산 하나가
구겨진 채 나뒹군다
한때는 온몸으로 빗줄기를 막던 그도
살대가 부러지면서 하염없는 잠에 빠지고
노숙의 차디찬 빗소리
꿈결인 듯 듣고 있다
일순, 그 안에서 꽃대 하나 일어선다
성긴 꽃 잎눈이라도 손아귀에 움켜쥐고
비긋는 세상 밖으로
무릎걸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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