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된다 / 김언

주선화 2021. 7. 14. 10:24

된다

 

ㅡ 김언

 

 

나는 가끔 저곳이 된다. 저곳에 무엇이 있을까가 된다. 질문하다가 된다. 아무도 모르게 된다. 아무도 모르게

창문을 닫고 불을 끄다가 된다. 그래서 서 있다가 된다. 그렇다는 말이 된다. 어쩔 수 없다가 된다. 바닥이 된

다. 기대를 걸다가 되고 내버려두다가 된다. 이 장소 이 순간이 된다. 저수지 주변을 천천히 걷다가 된다. 두

툼한 노인이 된다. 청년을 보다가 된다. 다시 된다. 맨 처음부터 조심스럽게 된다. 분노하게 된다. 미치게 된

다. 바람을 넘어가다가 된다. 우습게도 된다. 격정에 차서 된다. 신념을 잃고 된다. 머리카락 자르다가 된다.

도중에 된다. 도달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자자손손 된다. 촛농이 심지를 덮다가 된다. 우연히 우연을 견디다

가 된다. 춤을 추다가 된다. 쓰고 있다가 된다. 나를 모른다고 된다. 무덤밖에 모르는 날이 된다. 그들처럼

된다. 그들이 된다. 두 번 봐도 되고 한 번 봐도 된다. 그 영화는 아주 오래 생각하다가 된다. 그 인간도 아주

오래 망각하다가 된다. 언젠가는 된다. 인간이 우리라고 된다. 후회하다가 된다. 거기서도 된다. 아무도 모르

게 된다. 모르다가 된다. 저곳에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