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ㅡ 신미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가
오랜만에
잠깐 눈을 뜨셨다
식구들이 다 모여 있는 것을
보시고
희미하게 웃으신다
환한 대낮이었다
갑자기 손을 들어
허공을 더듬으시며
들릴 듯 말 듯
숨소리로 말씀하신다
어여, 불 꺼
전깃세 많이 나와
흰나비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에
손바닥을 댄다
맞은편 아버지도
손바닥을 댄다
서로를 어쩌지 못해
머쓱하게 웃는다
잠시 그렇게 마주 보다
아버지가 환자복을 펄럭이며
조용히 날아간다
무늬만 남은 아버지의 손바닥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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