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콧노래 ㅡ 월간 벌레 2 / 김륭

주선화 2022. 2. 5. 11:06

콧노래

ㅡ월간 벌레 2

 

ㅡ김륭

 

 

남들이 집을 보러 다닐 때 나는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 안고 조용히 집을 불렀다.

신문지를 깔고 앉아 톡톡 발톱 깎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벌레다, 하고 집안에서 수군대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집을 강에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애써

참았다. 집이 스스로 몸을 던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벌레로서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나는 게으르고, 가난했고, 정신이 여치와 노래를

부를만큼 야위었는데 남의 집 창문을

책장처럼 뜯어먹고 살아서 그럴 것이다.

살아가는 냄새보다 죽어가는 냄새에 더 가까워진

나는 없던 집이 갑자기 나타나 까맣게

잊고 살던 애인을 무당벌레처럼 보여줄까 봐

더럭 겁이 났다. 집에 혼자 남겨져 전화번호를 뒤적거리는

일보다 가난한 일은 없었다. 종이식탁 위에 

막 끓인 라면냄비를 올려놓고도 달걀처럼 굴러온

무덤이 보였다. 나는 도망가는 내 이름을 붙잡아 문패로

달아주었다. 집은 떠내려가거나 부서지기 쉬운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나는 가만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배가 고프거나 아파야 했다.

집은 얼굴 없는 물이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집이 스스로 몸을 던질 때까지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보며 볼펜을 입에 물었다.

나는 집이 더 이상 나를 찾을 수 없는 곳을 찾아

막 돌아다니는 한 마리 벌레라고

썼다. 끝은 언제나 밤이었다. 마른 물고기처럼

내가 시작된 곳이었다. 사랑은 오늘도

집에 없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또 떠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