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두 여자 / 복효근

주선화 2022. 6. 28. 14:20

두 여자

ㅡ팬티와 빤쓰

 

-복효근

 

 

전라선 하행 플랫폼

젊은 팬티가 나이 든 빤쓰 배웅을 나왔나 보다

 

ㅡ아야, 느그 올케가 사다준 난닝구 세트

너 갖다 입어라

내 죽을 때까지 입어도 다 못 입는다

 

엄마, 지난번 준 팬티 세트 나 입음서나 얼마나 쪽팔린 줄 알아

입을 때마다 할매가 된 기분이여

버릴 수도 없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팬티도 다 패션이여

 

ㅡ애야, 속 빤쓰를 누가 본다고.

어따가 벗고 보여줄 일 있냐

 

왜 없어 목욕탕에서도 벗고 집에서는 안 벗간디

 

ㅡ너는 좋겄다 벗을 일 많아서

 

그러면 뒷집 할매랑 나눠 입어

 

ㅡ엠병한다 그 할망구 엊그제께 메느리가 사온 케이크도 즈그들만 묵드만

걱정 말아라 빤쓰고 난닝구고 우리집 누렁이허고 나눠 입을란다

가도 늙어서 어따가 벗을 일도 없을테니

 

열차에 오르는 할매와 돌아서는 딸

웃는 듯 마는 듯 눈가가 젖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