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
ㅡ팬티와 빤쓰
-복효근
전라선 하행 플랫폼
젊은 팬티가 나이 든 빤쓰 배웅을 나왔나 보다
ㅡ아야, 느그 올케가 사다준 난닝구 세트
너 갖다 입어라
내 죽을 때까지 입어도 다 못 입는다
엄마, 지난번 준 팬티 세트 나 입음서나 얼마나 쪽팔린 줄 알아
입을 때마다 할매가 된 기분이여
버릴 수도 없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팬티도 다 패션이여
ㅡ애야, 속 빤쓰를 누가 본다고.
어따가 벗고 보여줄 일 있냐
왜 없어 목욕탕에서도 벗고 집에서는 안 벗간디
ㅡ너는 좋겄다 벗을 일 많아서
그러면 뒷집 할매랑 나눠 입어
ㅡ엠병한다 그 할망구 엊그제께 메느리가 사온 케이크도 즈그들만 묵드만
걱정 말아라 빤쓰고 난닝구고 우리집 누렁이허고 나눠 입을란다
가도 늙어서 어따가 벗을 일도 없을테니
열차에 오르는 할매와 돌아서는 딸
웃는 듯 마는 듯 눈가가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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