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기울어진 산벚나무를 위하여 / 유종인

주선화 2022. 8. 28. 08:35

기울어진 산벚나무를 위하여

 

-유종인

 

 

환한 꽃들을 무섭도록 달고

산벚나무는

뿌리를 반쯤 드러낸 채 기울어졌다

무언가 잔뜩 쏟아 낼 듯

심하게 기울어진 산벚나무는

열심히 없는 벼랑 아래

무섭도록 환한 꽃들을 기울이고 있다

 

뿌리가 다 드러나도록 기울어지고 기울어지다 보면

죽음이

온몸일지도 모를 텐데

산벚나무는

온몸으로 꽃을 기울여

누군가에게 이리 사무쳐 볼까 꽃의 주전자를 따라 주고 있다

 

절명이 오기 전에

절창을 피워 내는 거다

 

어눌한 이 한 몸

누구에게 다 기울이지 못하고

머리만 세어 걸어갔던 길들의 목마름,

저 기울어짐을 찬연한 몰입이라 부르듯

이제 주름이 지는 이 마음도

처지고 기울어진 마음의 세간을

그윽한 기울임으로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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