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산벚나무를 위하여
-유종인
환한 꽃들을 무섭도록 달고
산벚나무는
뿌리를 반쯤 드러낸 채 기울어졌다
무언가 잔뜩 쏟아 낼 듯
심하게 기울어진 산벚나무는
열심히 없는 벼랑 아래
무섭도록 환한 꽃들을 기울이고 있다
뿌리가 다 드러나도록 기울어지고 기울어지다 보면
죽음이
온몸일지도 모를 텐데
산벚나무는
온몸으로 꽃을 기울여
누군가에게 이리 사무쳐 볼까 꽃의 주전자를 따라 주고 있다
절명이 오기 전에
절창을 피워 내는 거다
어눌한 이 한 몸
누구에게 다 기울이지 못하고
머리만 세어 걸어갔던 길들의 목마름,
저 기울어짐을 찬연한 몰입이라 부르듯
이제 주름이 지는 이 마음도
처지고 기울어진 마음의 세간을
그윽한 기울임으로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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