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새끼
-김선태
가난한 선원들이 모여 사는 목포 온금동에는 조금새끼라는
말이 있지요. 조금 물때에 밴 새끼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이
말이 어떻게 생겨났냐고요? 아시다시피 조금은 바닷물이 조
금밖에 나지 않아 선원들이 출어를 포기하고 쉬는 때랍니다.
모처럼 집에 돌아와 쉬면서 할일이 무엇이겠는지요? 그래서
조금 물때는 집집마다 애를 갖는 물때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해서 뱃속에 들어선 녀석들이 열 달 후 밖으로 나오니 다들 조
금 새끼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이 한꺼번에 태어난 녀석들은
훗날 아비의 업을 이어 풍랑과 싸우다 다시 한꺼번에 다시 바
다에 묻힙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인 셈이지요. 하여,
지금도 이 언덕배기 달동네에는 생일도 함께 쇠고 제사도 함
께 지내는 집이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새끼 조금새끼 하고 발
음하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금세 눈물이 나는 건 왜일까요? 아
무래도 그건 예나 지금이나 이 한 마디 속에 온금동 사람들의
삶과 운명이 죄다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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