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나의 양떼들 / 신달자

주선화 2022. 11. 28. 09:45

나의 양떼들

 

-신달자

 

 

수심이랄까 근심이랄까 상심이랄까

아픔과 시련과 고통과 신음과 통증들은

모두 나의 양떼들이라

 

나는 이 양들을 몰고 먹이를 주는 목동

 

때로는 헐떡이며 높은 언덕으로 더불어 오르면 나보다 먼저 가는 양떼들이 있지

아픔과 시련은 아슬아슬한 절벽 끝을 걷고 신음과 통증은 목동의 등을 타고 올라

채찍질을 하기도 하지

 

다시 암 진단을 받았어?

무섬증과 외로움이 격투를 벌이다가 서로 껴안는 거 본다

 

자 집으로 가자

 

어둠이 내리면 나는 양떼들을 업고 목에 두르고 겨드랑이에 끼우며 우루루 몰아서

잃은 양 없이 집에 들어가 가지런하게 함께 눕는다

오늘도 양의 숫자는 늘어났지만 모두 하나인 양 다정하게 안아 준다

 

오늘을 사랑하기 위하여 양떼들을 달래기 위하여

 

내 거칠고 깡마른 생을 어루만지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