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손
-김 산
손을 흔들자 바람이 흩어졌다
손을 거두자 바람이 지나갔다
전속력으로 도움닫기를 해도
얼굴은 왜 떠오르지 않는가
사랑했던 사람이 멀리 돌아가셨다
세상의 사랑은 모두 어제의 사랑
오늘 만지는 새소리와
내일 듣고 있을 구름의 냄새
뒤엉킨 감각들이 분분히 일어날 때
불편해진 음계들이 날아오른다
소리를 만지자 기타줄이 출렁인다
되돌리고 싶은 마음은 나의 변명일 뿐,
꽃병 속의 꽃을 병이 가둘 순 없지
병의 깊이만큼 꽃은 최선을 다해 흔들릴 뿐,
바람이 흩어지자 손을 흔들었다
바람이 지나가자 손을 거두었다
'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를 찾으러 갔다 / 홍순영 (0) | 2023.08.17 |
---|---|
위로의 자리 / 이제야 (0) | 2023.08.13 |
누가 있어만 싶은 묘지墓地엔 아무도 없고 / 이병국 (0) | 2023.08.09 |
봉자네 국밥 / 함진원 (0) | 2023.08.08 |
새를 찾으러 갔다 / 홍순영 (0) | 2023.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