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위로의 자리 / 이제야

주선화 2023. 8. 13. 10:37

위로의 자리

 

-이제야

 

 

위로의 방법에는 표정이 있다는데

어떤 계절에도 녹슬지 않는 다정함이었다

 

아침이 되면 더 뭉특해진 슬픔이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도 가져올 수 없는 울음의 자리가 있었다

 

어떤 표정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슬픔에게

 

벽에 기댄 그림에 꽃을 말려둔다

 

말라가는 시간을 지켜주는 것이 위로일 수 없지만

곁이라는 자리에서 표정을 짓고 싶었던 날들

 

위로는 안아줄 수가 없어서 녹슬지 않는다는

모든 포옹을 빌려도 손이 모자란 흰 눈의 마음 같았다

 

빈 하늘에 액자들을 걸어두자 바래지도록

숨길 수 없는 슬픔들이 날아다닐 수 있는 정원이 될게

 

어떤 계절에도 늘 뭉특한 외로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