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팽목항 (외 1편) / 주선화

주선화 2024. 12. 30. 11:31

팽목항

 

- 주선화

 

 

 

그날

 

팽목항에

 

무릎꿇고 앉아 숟가락 가득 밥을 퍼

 

바다로 뿌리는 엄마

 

밥 먹고 기운 내서

 

어서어서 헤엄쳐 엄마 품으로 돌아오라고

 

비린 바람이 얼굴을 쓸고

 

소리 없는 주문 입술에 피고

 

바다에 숨어버린 얼굴

 

한숨이 밀어 올린 그늘

 

파르르 피는

 

파도의 파랑

 

햇살 한 조각

 

비명처럼

 

반짝,

 

 

고무나무

 

 

여름이다. 연일 뜨겁다 목이 탄다. 집주인은 두 달째 물을 주지 않는다

 

나는 열대성 식물, 웬만해선 열대우림의 습성을 가진 나의 기세를 누를 수 없다

 

이 베란다에서 수년의 겨울을 이겨냈다

 

오늘은 위험수위가 상당히 높다 폭염경보가 한 달째 내려지고 있다 고요하게

 

그러나 비명이 목구멍을 찌른다 억지로 잘라버리는 수족들, 기를 쓰고 모가지를 을리는 반향조차

 

부질없다.

 

태양의 각도가 아주 조금 이동하기 전

 

바람의 물기가 정말이지 아주 조금 몰려오기 전

 

 

* 2024년 마산문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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