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 주선화
그날
팽목항에
무릎꿇고 앉아 숟가락 가득 밥을 퍼
바다로 뿌리는 엄마
밥 먹고 기운 내서
어서어서 헤엄쳐 엄마 품으로 돌아오라고
비린 바람이 얼굴을 쓸고
소리 없는 주문 입술에 피고
바다에 숨어버린 얼굴
한숨이 밀어 올린 그늘
파르르 피는
파도의 파랑
햇살 한 조각
비명처럼
반짝,
고무나무
여름이다. 연일 뜨겁다 목이 탄다. 집주인은 두 달째 물을 주지 않는다
나는 열대성 식물, 웬만해선 열대우림의 습성을 가진 나의 기세를 누를 수 없다
이 베란다에서 수년의 겨울을 이겨냈다
오늘은 위험수위가 상당히 높다 폭염경보가 한 달째 내려지고 있다 고요하게
그러나 비명이 목구멍을 찌른다 억지로 잘라버리는 수족들, 기를 쓰고 모가지를 을리는 반향조차
부질없다.
태양의 각도가 아주 조금 이동하기 전
바람의 물기가 정말이지 아주 조금 몰려오기 전
* 2024년 마산문학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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