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지랄
- 주선화
어두운 거리를 헤매다 잠시
돌아온 맑은 정신을 붙들고 있다
엄마 엄마 내가 누군지 아나?
봄빛에 노란 한 떨기 꽃같이 누워서는
ㅡ 지랄하네
말 같지도 않은 말 하지 말라는 듯 같잖다는 표정으로
닫힌 꽃봉오리 살짝 입을 벌리듯
엄마 엄마 엄마!
막내딸이 또 소리쳐 부른다
내가 누군지 아나?
ㅡ 지랄 지랄 용천 떠네!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승과 저승을 오락가락
지랄 버릇하는 줄 알까?
생채기투성이 산수유꽃은 어제와 다른 날씨에
지랄발광하며 용천 떨듯 피고 지는데
지랄도 풍년인데
층층나무 목 산수유에게 이제 저 소리 들릴까?
노랑노랑 게워 내듯 우렁우렁 피는 꽃
지랄하며 피는 꽃
참 곱다
ㅡ 주선화 시집 <얼굴 위의 이랑>
ㅡ 현대시 기획선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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