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지랄 지랄 / 주선화

주선화 2024. 10. 21. 07:53

지랄 지랄

 

- 주선화

 

 

어두운 거리를 헤매다 잠시

돌아온 맑은 정신을 붙들고 있다

 

엄마 엄마 내가 누군지 아나?

봄빛에 노란 한 떨기 꽃같이 누워서는

ㅡ 지랄하네

 

말 같지도 않은 말 하지 말라는 듯 같잖다는 표정으로

닫힌 꽃봉오리 살짝 입을 벌리듯

 

엄마 엄마 엄마!

막내딸이 또 소리쳐 부른다

 

내가 누군지 아나?

ㅡ 지랄 지랄 용천 떠네!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승과 저승을 오락가락

지랄 버릇하는 줄 알까?

 

생채기투성이 산수유꽃은 어제와 다른 날씨에

지랄발광하며 용천 떨듯 피고 지는데

 

지랄도 풍년인데

층층나무 목 산수유에게 이제 저 소리 들릴까?

 

노랑노랑 게워 내듯 우렁우렁 피는 꽃

지랄하며 피는 꽃

 

참 곱다

 

 

ㅡ 주선화 시집 <얼굴 위의 이랑>

ㅡ 현대시 기획선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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