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빗금, 다음의 일 / 오은경

주선화 2025. 8. 22. 10:41

빗금, 다음의 일

 

- 오은경

 

 

  거울 속 나를 보고

  네가 그리던 게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는 왜 나를 그렸을까? 너와 닮은 구석이 별로 없는

  눈, 눈의 생김새,(나는 너를 찾는다 또 다시) 나는 웃을 때 반달 눈이 되

지 않아 나는 네가 될 수 없다 너는, 나에게 드리워진, 걷을 수 없고 걷히

지 않는 그늘이었다

 

  창문을 통과해 들어오는 그림자, 실루엣의 정체는, 무엇일까? 왜 서성

거리는 것일까?

  창문을 닫아도, 창문이 뚫려 있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커튼이 없었고,

애초에 벽이 아니었던

  유리창 앞에서, 나는, 잠이 들었다 어느 날, 나는 꿈을 꾸었는데, 잠 속

에, 붙박인 듯 내가

  움직이지를 않았다

 

  네가 장난을 칠 때처럼, 너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너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엄마가 나를

훈육해왔던 방식대로, 네가 다시 돌아올 것을 알았다 그것은 재회가 아니

라 우리가 '헤어진 적 없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너는 가족과 같았다 나를

다그치고 위로해 주었지

 

  우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

  너는 '과거'가 되었다 종잡을 수 없던 너는, 예전에

  아주 가버릴 듯이, 긴 시간을 떠나 있었다 나는 그동안에 시간을, 뺨으

로 느끼고 있어

 

  창밖의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워지고, 낮에도 비가 땅을 두드리고, 알람

이 울리는 소리, 저녁에도, 나는 깨어나, 한참을 누워 있었다

 

  그리고 나타난 너는, 나를 내려다보았어 네가 손 내밀어

  나는 일어나, 너의 시에서, 나는 울고 있었던가, 소파에 누워, 눌러붙은

자국이거나

  *

 뭉치처럼, 남아

  너를 돌아오게 했지 여러 번 너의 시를 읽으면서, 나는

  빠져나와, 너 모르게, (그리고 그것은 우리 이별이, 너 혼자만의 선택이 

아님을 뜻했다) 집을 비웠다 시를 쓰려고,

  시를 쓰려면, 공간이 필요했기에, 너를 혼자 남겨두었다

 

  그리고 나는 네가 나갔음을 알고, 집으로 돌아왔지

 

  내가 아니니까

  너는 내가 아니니까, 너를 붙잡을 수 없었다 네가 보이지 않는 이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