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케이블카 / 손 미

주선화 2025. 8. 21. 10:17

케이블카

 

- 손 미

 

 

임산부는 팥을 먹지 말라고 합니다

팥은 귀신을 쫓는 것인데

나를 쫓아낼 수 없어서

 

나에게서 머리가 나올 것이다

뱃속에 물고기가 있습니다

뻐금거리고 유영합니다

나는 그 발 하나를 꽉 잡아 따라가고 싶습니다

거기에도 유령이 있을까요?

 

비롯됐다는 것은 비롯된다는 것은

다시 물려받는다는 것은

 

거기 누구 있나요?

발로 차보는 문짝에는

두드리지 마세요

라고 써 있습니다

 

꽝꽝 밟고 가는 나를

나를 밟고 차고 나오려는

이것은

나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잊기로 합의한 것

 

팥을 먹지 말라고 합니다

공중에 떠 있는 배 속에서

콩알이 점점 커집니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공중에서

 

쫓아나오는 발바닥이

자국을 재독하면서

시작하는 오래된 생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