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도가니 / 장옥관

주선화 2025. 9. 10. 09:24

도가니

 

- 장옥관

 

 

네 뼈와 내 뼈

푹 고아 뚝배기에 담아 떠먹는다

숭숭 썬 대파 던져넣고 마신다

말랑한 연골을

간장에 찍어 쫄깃하게 씹는다

아버지를 먹는다

구수하여라, 살과 뼈의 맛

무릎뼈 사이 낀 힘줄을 

낱낱이 발라먹는다

딸아, 내일 내 아버지가 가루가 되면

네 미역국에 풀어 먹어다오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 먹는다는 건

흰눈이 펄펄 쏟아지누나

큰 양은솥 펄펄 끓는 국물 속으로

겁 없이 뛰어드는구나

밑구멍 장작불이 

활활 미친 듯 춤추는데

무논에 발목 담그고 오금이 저리도록

벌벌 떨다 거꾸러진 아버지

무릎을 고아 마신다

불쌍한 아버지 불쌍한 내 딸의 아버지

도가니탕에 담겨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