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장옥관
네 뼈와 내 뼈
푹 고아 뚝배기에 담아 떠먹는다
숭숭 썬 대파 던져넣고 마신다
말랑한 연골을
간장에 찍어 쫄깃하게 씹는다
아버지를 먹는다
구수하여라, 살과 뼈의 맛
무릎뼈 사이 낀 힘줄을
낱낱이 발라먹는다
딸아, 내일 내 아버지가 가루가 되면
네 미역국에 풀어 먹어다오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 먹는다는 건
흰눈이 펄펄 쏟아지누나
큰 양은솥 펄펄 끓는 국물 속으로
겁 없이 뛰어드는구나
밑구멍 장작불이
활활 미친 듯 춤추는데
무논에 발목 담그고 오금이 저리도록
벌벌 떨다 거꾸러진 아버지
무릎을 고아 마신다
불쌍한 아버지 불쌍한 내 딸의 아버지
도가니탕에 담겨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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