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원숭이 손은 약손 / 김광명

주선화 2025. 9. 18. 07:33

원숭이 손*은 약손

 

- 김광명

 

 

마지막 소원이 남았습니다

죽은 자만이 볼 수 있는 방향이 있습니다

 

너무 큰 선물은 포장지에 담을 수 없습니다

당신 아들은 액자보다 커져 가슴에서 잘렸습니다

 

행복하게 울던 생일날을 지옥도에 그리셨군요

잠든 이와의 대화는 벽처럼 감싸야 하는데

손가락 잃은 반지에는 기념일을 새겨 넣을 건가요

 

어제 빌었던 소원은 다 녹았습니다

식사 시간에 늘 늦는 당신 아들은 오늘 말고 내일 죽을 예정입니다

당신은 내일이 오지 말라고 빌 건가요?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당신 아내를 삼킨 불꽃이 서성이네요

복권의 숫자와 부고장의 개수가 같아질 때

나는 밥그릇과 작명소가 같은 온도인 줄을 알았어요

 

실종된 사람을 48시간 안에 못 찾으면 신발장을 비워야 하나요

이석증 같은 사랑 되살아오는 사랑

실종은 사랑의 원인이잖아요

 

눈을 내리뜨는군요

웃음도 박자에 맞춰야 합니다

한 박자 뒤에 웃는다면 그건 한 박자 빠른 템포이기도 합니다

얻은 것보다 많이 감사해야 하는 기도를 당신은 아시나요

 

당신은 혼잣말을 삼키는 사람, 말을 참고 있는 스토리텔러입니다

난롯가에 둔 손이 다 탔는지 궁금합니다

자, 이제 세 번째 소원을 말해보세요

 

눈바람을 등에 걸친 설인이

안구 없는 신의 머리통을 한 웅큼 쥐고 오고 있습니다

 

 

*William Wymark  Jacobs의 단편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