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 이준관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준 집은 차암 많았지
종달새처럼 종달종달
이웃집 아줌마는
내 입이 예쁘다고 한다.
방울꽃을 보고
방긋 웃어서 그럴까?
참새를 보고
"참새야 잘 지냈니"
인사를 해서 그럴까?
"아줌마
아줌마 아기가
제 동생이었으면 좋겠어요?"
하고 말해서 그럴까?
이웃집 아줌마는
내 입이 예쁘다고 한다.
종달새처럼 종달종달 예쁘다고 한다.
보기 좋아서
우리들은
옥수수가 자라는 들길에서
잡았던 잠자리
날려 보냅니다.
잠자리 획획획 날아가면
잠자리 따라 획획획 높이 커가는 옥수숫대
보기 좋아서
우리들은
벼가 자라는 논둑길에서
잡았던 개구리
놓아줍니다.
개구리가 파알딱 뛰면
개구리 따라 파알딱 커 가는 벼들이
보기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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