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고양이가 나 대신 / 이상교

주선화 2010. 3. 17. 18:04

'뚱뚱한 애'

 

아이들이 나를 그

렇게 부른다.

 

'뚱' 자만 들어도

내 귀는 깜짝 놀란다

 

아이들이

'뚱뚱한 애' 대신

"임선화!"

불러주면 좋겠다.

 

 

 

고추장을 넣어

호되게 매운

닭발볶음.

 

오종종 오종종

서른 개도 넘을

닭발.

 

뼈를 다 추려 내

걷지 못하는

닭발.

 

고추장이 너무 매워

걷지 못하는

닭발.

 

 

 

봉숭아,

백일홍,

채송화 모종을 옮겨 심는데

집배원 아저씨가 왔다.

 

"등기입니다."

 

흙손인 채

도장을 들고 나가

우편물을 받아 왔다.

 

그 사이

심다 둔 모종들을

구경하던 고양이가 대신 옮겨 심느라

 

코로,

입으로.

수염으로,

발로,

쩔쩔맸다.

 

 

 

짹!

 

참새 한 마리가

화살나무와 벗나무가 서 있는

사이,

내 키의 두 배 반 높은 공중을

세게 한 번 꼬집고

달아났다.

 

짹!

 

자세히봐도

멍 자국이 생기지 않았다.

 

 

 

불 안 켠

산에서

소쩍새가 혼자 웁니다

 

소쩍 ㅡ

소쩍 ㅡ

 

불 안 켠

방에서

할머니 혼자 듣습니다.

 

소쩍 ㅡ

소쩍 ㅡ

 

 

 

이상교시집에서

나무만 있으란 법은 없다.

꽃만 있으란 법은 없다.

벌레만 있으란 법은 없다.

아이만 있으란 법은 없다.

자전거만 있으란 법은 없다.

노래만 있으란 법은 없다.

이야기만 있으란 법은 없다.

그림만 있으란 법은 없다.

모든 게 다 들어가도 되는 세상!

동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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