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헛가지
나무에도 헛가지라는 게 있어
감나무든 배나무든 사과나무든 가지치기를 해야만 굵고 튼실한 열매를 맺어
밥 먹기도 고달파 학교를 때려치우려 한 적 있어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게 읍소제지 시골에서는 당연이 가는 곳이 아니였어
욕지거리 무성한 바닷바람이 읍내를 헤매 다니고
거리의 성난 얼굴들, 자분한 얘기도 싸움처럼 하는 소리 소리들
거리거리마다 나뒹구는 생선대가리들, 살이 통통 오른 개새끼들, 쥐새끼들
거친 바다와의 전쟁에선 여자든 남자든 가리지 않았어
싹뚝싹뚝 가지치기가 아닌 성난 파도에 툭 툭 부러지는, 삼켜지는
조금 전까지 있던 모래사장을 함몰시키고
동트기 전 바다 일 나간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어
고추 넷을
생선 대가리치고 배를 가르고 손끝으로 내장을 끄집어내며
쓸개를 꿀떡 꿀떡 삼키며 키워냈어
육지로육지로 날아가듯이 날려 보냈어
육십년의 세월이 엊그제 같아 바다에게 묻기도 했어
가지치기 잘했냐고 아프지 않았냐고
그때처럼 너는 그냥 가만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