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품

과메기 2

주선화 2007. 12. 11. 13:22

과메기 


2



바다에 길을 낸 감포 방파제에 가면

갈매기가 지나다 날개 퍼덕여 널어놓은 과메기가

술 취한 남자에게 발가벗겨진 채 쫓겨 온 여자처럼 누워 있다지요

옴짝달싹 못하게 그물망에 묶어 놓고 구름과 해님, 달님과 별님

혀를 끌끌 차며

숨었다, 

고개 내밀고 한다지요

육거리 욕쟁이할머니처럼 시부렁시부렁 입이 아프게 해대지만

쨍, 

겨울바람 매섭기만 하다지요

집어등 불빛 눈 아리게 달려들지만 발개진 몸뚱아리 하늘과 땅 어디

숨어들 곳이 있던가요

미끈하고 윤기 자르르 흐르는 긴 머리 휘날리며

방파제 누워 있으면

지나던 사내놈 입가에 미소 지며 입맛 다시는 소리까지 들린다지요

바다에서 꽝꽝 불러 데는 소리

꼴깍, 

침 넘어 가는데요

옷깃 스르르 벗겨지는 푸른 꿈은 바다에 묻어두고 있다지요

갈매기처럼 높이 더 높이 나를

그날을 위해 깊이 더 깊이 묻어두고 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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