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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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할매 가끔 햇살 바른 마루턱에 다리 접고 앉아
자분자분 옛 얘기 들려주는 날 같은
앉은뱅이 제비꽃 옹기종기 자그마한 보따리 풀어놓고
별 살이 달 살이 모두 데리고 나와 소곤소곤 들려주는 날 같은
멍게 해삼 성게 바다의 신비 조곤조곤 들려주곤
낙지 문어 쭈꾸미까지 안아 앵겨 떨어지지 않은 날 같은
시장방방 골목방방 세상방방 한 두릅 두 두릅 돌고 돌아
버린 것 얻은 것 모두 품속에 안고지고 오는 날 같은
바람벽이 목구멍까지 차 오른 님 버리지 못해 처얼썩 파도소리
님의 숨결 인 냥 자장가삼아 잠드는 날 같은
오막살이라도 내 집이 최고야
북풍 부는 바닷바람 몸 위로 넘나드는 방이라도 그런 날 같은
타래처럼 엮어 흙벽돌 숭숭한 소리 새나가던 자리
식솔들 한차례 몸 풀고 간 그런 날 같은
주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