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장작 / 정경화

주선화 2008. 1. 17. 21:52

장작

 

 

정경화

 

그대에게 가는 길은 내 절반을 쪼개는 일

시퍼런 도끼 날이 숲을 죄다 흔들어도

하얗게 드러난 살결은 흰 꽃처럼 부시다

 

그대 곁에 남는 길은 불씨 한 점 살리는 일

바람이 외줄을 타는 곡예 같은 춤사위에

외마디 비명을 감춘 채 아낌없이 사위어 간다

 

그대 안에 이르는 길은 기어이 재가 되는 일

화농으로 굳은 상처 달빛으로 닦다 보면

비로소 쌓이는 적멸, 솔씨 하나 묻는다

 

           -제1회 이영도 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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