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김달진 생가

주선화 2008. 12. 3. 21:55

김달진 생가                  강희근

마삭줄이 앞담장을 덮어내리고 있다
선생의 눈썹 같다
비파나무는 비파나무대로 선생의 유년이 읽던 경문 한 절이거나
태산목은 태산목대로 선생의 시 한 연이거나 그 다음
연으로 가는
상상의 말마디,
잎 한 바닥씩 풀어놓고 있다
대밭은 대밭대로 우수수 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가을이나 겨울은 어김없이 선생의 적막, 외로움 같은 것들
소리로 쓸고 있을 것이다
기다렸다가, 가을까지 진득이 묵고 있다가
그 소리 들어볼까
눈이 뭉텅 뭉텅 참새의 발에 떠밀려 떨어지는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선생이 짚어가던 길목의 쓸쓸함, 쓸쓸하여 길이 저물지
못하던,
눈시울로만 젖는 소리 들어볼까
마삭줄이 내리어 닿는 담장 아래 나이 먹지 않는 햇발
오늘은 지붕에 내리는 머리 센 것들과
뒤란 평상에서 어울려 논다
선생은 곧, 축담을 내려서서 이쪽으로 성큼
돌아오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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