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대추, 혀가 풀리다

주선화 2008. 10. 13. 11:52

대추, 혀가 풀리다  /  마경덕

 


    제 몸에 불을 지른 대추. 쪼글쪼글 사지가 졸아든다 벼랑 끝에 가부좌 틀고

 한 계절 묵언에 든 수행자(修行者). 화두를 쥔 단단한 사리 한 알 중심에 박혀

 있다. 바람과 천둥이 비껴간 천신만고 나뭇가지, 뜨거운 침묵에 나무가 휜다.

 

  설설 끓는 대추. 더듬더듬 말문이 트이고 시름이 녹는다 걸쭉한 눈물이 쏟아

진다. 뭉근히 달인 대추차 한 잔. 오래 삭힌 말씀이 달다.

[출처] 대추나무 시 4편 |작성자 마경덕

'흥미 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들리다  (0) 2009.01.30
안도현시인 블로거에서....  (0) 2008.12.28
시야, 놀자 ! (11회 문인수)  (0) 2008.12.14
시야, 놀자 ! 11회 성선경  (0) 2008.12.14
김달진 생가  (0) 2008.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