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금을 따라가다 / 권갑하
잎 떨군 가지들이 빈 그물에 사무친다
수령인 줄 알면서도 온몸으로 몰고 갔던
바람은 음각된 길 하나 몰래 들춰 본다
이쯤서 감전되어 몽유병자처럼 헤맸으리라
지우지 못할 흉터, 뚝뚝 지는 슬픔들도
빈주먹 움켜쥘 때마다 깊게 패였으리라
한 때 나를 흔들어 깨운 아편 같은 노래들
그 눈물을 빌어 꽃을 달아주면 안되나
시간은 고집스럽게 발을 또 헛디단다
야근 ㅡ 종로에서
이 고독한 몰입이 혹 덫은 아닐까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휘황한 거리의 불빛 쓸쓸한 회귀 같은
내키지 않은 미소로 또 하루를 버텼지만
혼마저 다 쏟아 낸 지극히 형식적인
아내여 까맣게 젖은 이 빈손을 보는가
스러질 듯 휘굽은 쓸쓸한 낙타의 여정
한순간 바스라져 자취없이 사라지고 말
거대한 어둠의 음모 야금야금 들린다
* 시조의 가락은 4음보이다
2음보나 3음보의 리듬이 빠르고 경쾌하며 가벼운데 비해
4음보의 리듬은 유장하고 장중한 무게감가 있다.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반삼경에 대문빗장을 만져 보거라 / 경봉 (0) | 2010.10.08 |
---|---|
시조 (0) | 2010.04.12 |
2010 경남신문 수필 (0) | 2010.01.03 |
비빔밥 (0) | 2009.12.18 |
봄날 3 /이종문 (0) | 2008.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