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손금을 따라가다 / 권갑하

주선화 2010. 1. 25. 11:22

손금을 따라가다 / 권갑하

 

 

잎 떨군 가지들이 빈 그물에 사무친다

 

수령인 줄 알면서도 온몸으로 몰고 갔던

 

바람은 음각된 길 하나 몰래 들춰 본다

 

이쯤서 감전되어 몽유병자처럼 헤맸으리라

 

지우지 못할 흉터, 뚝뚝 지는 슬픔들도

 

빈주먹 움켜쥘 때마다 깊게 패였으리라

 

한 때 나를 흔들어 깨운 아편 같은 노래들

 

그 눈물을 빌어 꽃을 달아주면 안되나

 

시간은 고집스럽게 발을 또 헛디단다

 

 

 

 

야근 ㅡ 종로에서

 

 

이 고독한 몰입이 혹 덫은 아닐까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휘황한 거리의 불빛 쓸쓸한 회귀 같은

 

내키지 않은 미소로 또 하루를 버텼지만

 

혼마저 다 쏟아 낸 지극히 형식적인

 

아내여 까맣게 젖은 이 빈손을 보는가

 

스러질 듯 휘굽은 쓸쓸한 낙타의 여정

 

한순간 바스라져 자취없이 사라지고 말

 

거대한 어둠의 음모 야금야금 들린다

 

 

* 시조의 가락은 4음보이다

2음보나 3음보의 리듬이 빠르고 경쾌하며 가벼운데 비해

4음보의 리듬은 유장하고 장중한 무게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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