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반삼경에 대문빗장을 만져 보거라 / 경봉스님
내가 나를 온갖 것에서 찾았는데
눈앞에 바로 주인공이 나타났네
허허 이제 만나 의혹이 없으니
우담발화 꽃빛이 온누리에 흐르누나 (경봉 오도송)
천지를 삼키는 큰 슬기여
돌 도끼 학을 타고 진흙 거북 따라가네
꽃숲엔 새가 자고 강산을 조용하니
칡덩굴 달과 솔바람 뉘라서 완상하리
종소리 목탁소리에 급히 문을 나서니
푸른 하늘 바다란듯 구름 한 점 없구나
한빛이 삼천계를 터져 비추니
나와 견곤을 분간하기 어렵도다
사람마다 스스로 나아갈 문이 있건만
여러 생을 삼독의 구름 속에 갇혔었네
잠깐 사이에 마음 비워 엣집에 돌아가니
산하와 범부 성현 어찌 따로 구별하리
쯧쯧, 무정한 내 주인공아
이제사 만나다니 어찌 이리 늦은가
허허 내가 그대 집에 있었건만
그대 눈 밝지 못해 이렇게 늦었다네
내가 지난해에 꽃을 한 가지 심었더니
올해엔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자랐네
형이여 꽃동산의 오묘함을 생각해 보오
만 떨기 청홍의 꽃들 반 웅큼 싹텄소
미소
봄날이 자나니 여름날이 길어졌구료
무영수가 겹외의 가을을 만나니
한 빛 금학이 강가에 내리네
봄바람 꽃비로 생애가 만족한데
옛 절 종소리에 세상 금심 보내네
가야의 소식 뉘라서 능히 말하랴
시냇물 잔잔한데 달은 동녁에 솟네
이때의 현묘한 뜻 말하지 말게
차 한잔 마시는 곳 옛길이 열렸네
봄이 오니 가지마다 꽃향기 짙어
먼 곳에서 벌 나비 날아든다
이 가운데 참맛을 어이 말하랴
붉은 해 높이 솟아 나그네 웃음짓네
영리한 주인공 주인공아
그대 말이 그러하고 고러하니
오늘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도 화창하여
산은 층층하고 물은 잔잔하며
산꽃은 웃고 들새는 노래하니
손을 마주잡고 태평가나 부르세
벗이여 왔는가 소식은 좋든가
고행 풍경 요즘은 어떠한가
물과 산 고요하여 새마저 날지않소
뿌리없는 꽃이 주인집에 피었소
구름가에 바루걸고 이 암자에 지내는데
우연히 그대 만나 현담을 털어났네
밤은 깊어 삼경이라 인적이 없는데
가을물은 하늘 닿아 달은 못에 가득하네
가을 물 긴 하늘에
위와 아래가 원융한데
한빛 갈대 꽃
밝은 달이 오가네
티끌같이 많은 세계 모두 헛것이라면서
어찌 큰 그르침 냈다고 말합니까?
있고 없는 것이 둘이 아닌 곳에
별달리 뿌리, 싹 말하지 마십시요
옛 부처도 이렇게 가고
지금 부처도 이렇게 가니
오는 것이냐, 가는 것이냐
청산은 우뚝 섰고 녹수는 흘러가네
어떤 것이 그르며 어떤 것이 옳은가 쯧
야반삼경에 촛불 춤을 볼지어다
남해 금산 무한한 풍경에
하늘가 구름 밖 이 종소리 울리네
삼라만상 어디 별다른 물건이랴
한 생각 일기전이라도 외려 밝지 못하네
아자자
여래는 뉘신가
오셨는가 가셨는가
꽃 피고 새 우니
푸른 못 달 비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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