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홍계숙
가만, 귀 기울여 보아
산달인 여름밤이 첫아이를 낳았나 봐
홀로 깨어 고요와 노닐던 밤에
양수 같은 소나기 쏟고, 이내
여리디 여린 첫울음을 들었네
첫아이를 낳던 날
알껍데기 깨어지는 아픔 건너 후드득,
양수 떨구고 안기던
비릿한 울음소리 같았지
지친 산모는 까무룩
잠이 들었는지
울음 잦아들고 밤은 깊어가고
허공의 젖을 빠는 우렁찬 매미의 아침,
숲은 온통 매미들 신생아실이네
촉촉한 대지가 밀어올린 무성한 이 여름
아파트 숲 산후조리원에는
젖먹이 여름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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