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파과(破瓜 )1 / 신미나

주선화 2021. 3. 29. 10:33

파과(破瓜)1

 

ㅡ 신미나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목사님이 말했는데

 

손가락이 하나 없는

언니의 머리는

쓰다듬어주지 않았다

 

현금함이 돌아오면

우리는 현금하는 시늉을 했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콧등을 내려다봤을 뿐인데

너희는 착하구나

부끄러움이 뭔지 아는구나

 

해바라기가 해를 원망하며

비를 기다릴 때

 

고사리처럼 몸을 비틀며

지렁이가 죽어갔다

 

 

 

복숭아가 있는 정물

 

 

그대라는 자연 앞에서

내 사랑은 단순해요

 

금강에서 비원까지

차례로 수국이 켜지던 날도

 

홍수를 타고

불이 떠내려가는 여름

신 없는 신앙을 모시듯이

 

내 사랑에는 파국이 없으니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과즙을 파먹다

그 안에서 죽은 애벌레처럼

순진한 포만으로

 

돌이킬 수 없으니

게속 사랑일 수밖에요

 

죽어가며 슬은 알

끝으로부터

시작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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