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카페
ㅡ이 숲
생각을 찻잔에 넣어 저어본다
과거와 미래를 믹스한다
1초 동안 세계를 한 바퀴 돌고 돈다
흩어지는 생각의 조각들을 조율한다
이젠 지금 여기를 음미할 차례
가을에게 질문을 한다
죽음이 먼저 찾아올 때까지
언제까지 방치하면 될까
천천히 혹은 빠르게
생각이 빠져나가는 속력으로
늙어가는 일은 배웅일까 마중일까
내 앞에 나의 대역처럼
자투리 시간을 달고 있던 낙엽들
와르르 궁핍처럼 달려든 이유를
생각 이후에 찾아올
응급실에겐 묻지 않기로 한다
이럴 땐 음악보다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힐끔 바라봐도
옆자리의 남자는 오래전에 금이 간
찻잔처럼 앉아 있다
생각이 아장아장 걸어오길 기다리는 중이다
탁자에 놓여있는 건 숫자놀이판
3이란 글자만 계속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니
손이 머리보다 더 기억력이 좋다
나는 이 카페의 단골인 그를 잘 안다
요양병원 생각 카페의 커피 맛이
종로 3가역 입구 찻집에서
오후 3시에 들이킨
허무의 맛인 것도 잘 느낀다
갑자기 간호사가 나에게 와서 묻는다
할머니 신랑 알아보시겠어요?
ㅡ계간 (열린시학) 겨울호, 제13회 열린시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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