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방식
-문성해
바다를 보면 내 숨의 깊이가 알고 싶어졌지
모슬포 바다 위로 둥근 테왁을 띄우고
해녀들이
제 숨의 깊이만큼만 물속에 머물다 나온다
언젠가 나도 내 숨의 깊이를 알아보려
나 속으로 뛰어든 적이 있었지
물에 불은 손가락들로
울퉁불퉁한 심연을 더듬으며
나도 나의 심해가 안녕한가 궁금했지
나는 눈부시게 바라보았지
푸른 정어리 떼처럼 솟은 여자들이
젖지 않은 숨을 공중으로 뱉어내는 것을,
허파에서 아가미로
조금씩 바뀌어가던 그 숨의 방식을
(이것은 진화일까, 퇴화일까)
허파에 숭숭 구멍이 뚫릴 때까지
땅의 숨만 쉬다 갈 내 앞에서
몸의 숨을 누리다 온 해녀들이
숲을 헤치고 들어간다
숲 깊은 마을에선
숨의 방식이 바뀐 누군가
붉은 심장을 지상에 두고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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