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나의 양떼들 / 신달자

주선화 2023. 6. 5. 12:08

나의 양떼들

 

-신달자

 

 

수심이랄까 근심이랄까 상심이랄까

아픔과 시련과 고통과 신음과 통증들은

모두 나의 양 떼들이라

 

나는 이 양들을 몰고 먹이를 주는 목동

 

헐떡이며 높은 언덕으로 더불어 오르면 나보다 먼저 가는 양 떼들이 있지

아픔과 시련은 아슬아슬한 절벽 끝을 걷고 신음과 통증은 목동의 등을 타고 올라

채찍질을 하기도 하지

 

다시 암진단을 받았어?

무섬증과 외로움이 격투를 벌이다가 서로 껴안는 것을 본다

 

자 집으로 가자

 

어둠이 내리면 나는 양 떼들을 모으고 목에 두르고 겨드랑에도 끼워 집에 들어가 가지런하게 함께 눕는다

 

오늘을 사랑하기 위하여 양 때들을 달래기 위하여

 

내 거칠고 깡마른 생을 어루만지기 위하여,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래는 뭐래 / 정끝별  (0) 2023.06.19
날라리 진혼곡 / 신미균  (0) 2023.06.09
마량 / 김륭  (0) 2023.06.01
밥물 눈금 / 손택수  (0) 2023.05.29
파문을 씹는 몽돌(외 1편) / 정영선  (1) 2023.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