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앞으로
-정영효
더 많은 땅을 갖고 싶어서 나는 돌밭을 가꾸었다
버려진 땅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돌을 가려내고 계속 돌을 치우면서
돌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것, 드러나도 새로움이 없는 것,
한쪽에 버려두면 그냥 무더기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높게 쌓인 돌 앞에서 이웃들은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부르기 쉬운 이름을 붙여주며 하나의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전보다 많은 땅을 가지게 되었고 더 이상 가려낼 돌을 찾
지 못했다 쌓인 돌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으므로
땅이 줄 내일을 상상했다 작물을 심고 빛이 내리쬐는 계절을
기다리는 동안
이웃들은 여전히 돌 앞으로 모였는데 땅에서는 무엇도 자라지
않았는데 지금을 밀어내는 소식처럼
하나의 장소가 필요해서 나는 돌 앞에서 수확의 기쁨을 바라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돌을 구해오면서 돌을 더 높이 쌓으면서
'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이의 안쪽을 걸어요 / 정상미 (0) | 2024.09.07 |
---|---|
질병통역사 / 강신애 (1) | 2024.09.05 |
주상절리에 앉은 새떼들 / 이순옥 (0) | 2024.08.19 |
사기 라이브 / 이가을 (0) | 2024.08.11 |
오로라 콜 / 숙희 (0) | 2024.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