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눈물*
-조은솔
원망은 뼈대가 없어서
밤늦게 찾아와요
들키지 않으려고 웃으면서 찾아와요
같이 배꼽 잡고 웃다가 뒤집어지면
들키는 건 매번 울음이에요
울다 보면 울음이 울음 깊이 빠져들어서
놓치다가 가득 차요
멀리까지 볼 수 있게 하는 울음은 없지만
가라앉기도 전에
냉장고를 열게 하는 울음은 있어요
냉장고를 열다 보면 내일이 떠오르고
물컹한 토마토를 뭉텅뭉텅 자르고 있으면
몸에 좋다는 건 다 생각나서
믹서기에 죄다 넣고 갈아 마셔요
어제를 전부 취소하고
살아보고 싶어지거든요
다시는 살아 본 적 없어서
그래 본 적 없어서
함부로 말하는 잔소리처럼
눈빛을 갖는 울음 앞에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용서를 해요
얼렁뚱땅 견디기 쉬운 거짓말을 해요
*행복한 눈물 : 미국의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마음에 드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팽이와 집 / 이설야 (2) | 2024.09.14 |
---|---|
불현듯 짐승이 / 최문자 (2) | 2024.09.11 |
호두나무 잎사귀가 있는 저녁 / 장철문 (1) | 2024.09.09 |
양말 / 서진배 (1) | 2024.08.26 |
시대의 자화상 / 장진숙 (0) | 2024.08.22 |